얼마 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5개국(한국, 일본, 미국, 독일, 중국)의 18〜64세 직장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동양 3국은 역시 국회의원을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꼽았다. 유교적 사고방식이 여실히 드러난 결과였다. 거기에 비해 기독교 나라인 미국과 독일은 1위가 소방관이었다. 두 나라의 국회의원은 각각 12위, 10위를 차지했다. 물론 사회적 지위가 존경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각 나라의 직업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
얼마 전 한국 언론에 가정주부를 상대로 한 수백억대 사기 사건 기사가 났다. 막강한 재력의 주부로 가장한 사기꾼이 자신을 믿고 돈을 투자하면 고율의 이자를 주겠다고 다른 사모님들을 꼬드긴 후 투자금을 쪼개서 이자를 주다가 결국 먹튀를 한, 전형적인 폰지사기였다. 그런데 이 사기에 동원된 명품백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초고가 명품인 히말라야 스타일의 에르메스 버킨백이었기 때문이다.이 백의 가격을 알면 기절초풍할 정도다. 2011년 제작된 메트 닐로티쿠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중고백 가격이 이베이에서 무려 14만8500파운드(약 2억5
영국은 참 이상한 나라이다. 우리 사고방식으로 보면 이해가 안되는 일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자신들과 합병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 거의 다른 나라 수준의 지방자치를 허용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스코틀랜드, 웨일스는 자체 의회도 있고, 영국 다른 곳들과는 달리 총리(Prime Minister)를 수석장관(first minister)이라고 이상하게 부른다. 물론 자체 화폐와 우표도 발행하고, 심지어 휴일도 조금 다르다. 국방·외교만을 빼고는 조세 정책 등 최대한의 지방자치를 누린다. 결국 독립요구를 그런 식으로 해소시키는 셈이다.
필자는 주간조선 2783호(2023년 11월 14일 자)에 ‘중동에 뿌려진 비극의 씨앗… 밸푸어 선언’을 쓴 바 있다. 이 글이 나간 뒤 주간조선 독자 몇 분이 개인 이메일로 ‘왜 영국과 미국인들은 이스라엘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옹호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왔다. 그에 대한 답과 함께 반(反)유대주의를 대하는 영국의 ‘사회적 합의’를 소개하고자 한다.영국 사회에서 팔레스타인 특히 하마스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반유대주의 언행은 거의 자살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단적인 예를 영국 노동당 직전 당수였던 제러미 코빈 하원의원에게서
다녀간 지 거의 한 달이 다 된 지금도 유럽 유일의 한인촌인 영국 런던 뉴몰든은 아직 흥분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8일 있었던 찰스3세 방문의 후유증인 셈이다. TV로만 보던 찰스왕을 눈앞에서 보고 직접 대화를 나눈 한인들은 모두 찰스왕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렸다. 비록 짧은 순간의 대화였지만 찰스왕에게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찰스왕의 한인촌 방문 행사는 뉴몰든 중심가 감리교회에서 시작되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태극기와 유니언잭 영국기를 양손에 든 한인 소녀 화동과 동포
지난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3박4일 일정으로 영국을 찾았다. 국왕 찰스 3세 초청 국빈 방문이었다. 영국 국왕은 1년에 외국 국가 수반 두 명만 초청하는데, 윤 대통령은 찰스 3세가 왕이 된 후 초청한 첫 국빈이었다. 영국과의 수교 140주년 기념일이 11월 26일이라 시기를 맞춘 듯했다.사실 영국과 한국은 역사상 이해관계가 특별히 얽힌 접점이 많지 않은 사이다. 그나마 있었던 접점은 모두 불행한 이유로 생긴 사건들이었다. 1883년 수교 이후 140년 동안 영국이 6·25에 참전한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악(萬惡)의 근원(the source of all evil)’이 미국이라고 주장하는 반미주의자들의 말은 별로 설득력이 없지만, 현재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 원인 제공자가 영국이라고 보는 견해에는 충분한 역사적 이유와 근거가 있다. 바로 밸푸어선언(Balfour Declaration)과 맥마흔-후세인 서한(McMahon-Hussein Correspondence·맥마흔선언)이 현 중동 유혈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직접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두 선언과 서한에서 영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익만 관
갑자기 한국에 ‘올드 머니(Old Money)’ 열풍이 분다고 한다. 소위 ‘조용한 명품(quiet luxury)’ 유행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영어 단어인 ‘올드 머니’가 자주 쓰이는 모양이다. ‘심플한 멋을 추구하는 올드머니룩’이라는 정체불명의 문장이 한국 패션 잡지에도 등장했다.‘올드 머니’는 아주 영국적인 단어다. 분명 영국에서 시작된 말로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적당한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거기에 비해 ‘올드 머니’의 반대어인 ‘뉴 머니(New Money)’는 우리 말로 완벽하게 번역이 된다. 바로 ‘졸부(猝富)
최근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가 2030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정책을 5년 뒤인 2035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영국은 물론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을 비롯해 대다수 세계 언론은 이번 조치를 친환경 정책의 후퇴라는 식으로 비판한다. 하지만 수낵 총리가 국가적인 주요 정책을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바꿨을 리가 없다. 닳고 닳은 정치인 수낵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친환경 열차를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멈춰 세우려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결론
최근 영국 정가는 보수당 5선 하원의원이자 전직 국무장관을 지낸 나딘 도리스가 보수당 당수이자 총리인 리시 수낵에게 보낸 편지로 떠들썩하다. 나딘 도리스는 하원의원직을 중도 사임하면서 지난 8월 30일 수낵 총리를 통렬하게 비난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다. 영국은 한국과는 달리 국민들이 총리를 직접 뽑지 않는다. 하원의원 중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가 된다. 총리 역시 다른 평의원들과 법률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한 명의 하원의원이며, 영어 직함도 한글로 직역을 하면 수석장관(Prime Minister)이다.그래서 평의원이 총리에게 대들며
누가 영국에는 인종 차별도 없고 종교 차별도 없다고 말하는가? 지난 8월 30일 세상을 떠난 모하메드 알 파예드(1929~2023)의 쓸쓸한 마지막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영국 언론을 장식하던 그의 사망 소식이 한국 언론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걸로 봐서 알 파예드는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인물이거나 이미 뉴스거리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아직도 세계의 연인인 영국 왕실의 전 세자빈이자 현 찰스왕의 전처인 다이애나의 애인이었던 도디 파예드라고 한다면 ‘아!’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특히 그 둘은 1997년 8월 31일
정말 때로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 1980년대 후반 영국 언론에는 스파이 영화 제목 같은 기사들이 잇달아 실려 세인의 주목을 끌었다. ‘과학자들의 의심스러운 죽음(Scientists’Suspicious Deaths)’ ‘스타워즈 과학자 죽음(Star Wars Scientist Deaths)’ ‘제너럴 일렉트릭 마르코니 과학자 죽음(GEC-Marconi Scientist Deaths)’ 같은 제하의 기사였다. 얼핏 제목만 봐도 무슨 스릴러 스파이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실제 영국인들에게는 지금도 으스스한 기
세상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모국을 어떤 이유에서건 떠나 외국에서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일러 조금은 생경한 단어인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부른다. 어원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강제로 모국에서 살지 못하고 수천 년을 떠돈 유대인 같은 이들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세계의 모든 실향민, 이주민들을 그렇게 부른다. 필자와 같이 해외에 정주해 살고 있는 자발적인 이민자도 여기에 해당될 듯하다.우리 민족에게도 이 디아스포라에 해당하는 동족이 세계 여기저기에 살고 있다. 특히 이웃 나라인 러시아, 중국, 일본에는
올해 들어 영국 런던에서도 살인사건, 특히 칼을 휘두르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까지 런던에서만 69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중 32건이라는,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아 범인을 못 잡고 있다. 많은 경우 다수의 목격자들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즉각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범인을 제지하지도 않고 방관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피해자를 도울 생각도 안 하고 방관만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이른바 ‘묻지마 살인’ 사건에서는 주변 목
최근 한국을 달군 수능 영어시험 킬러 문항을 보고 기가 막혔다. 영국에 살면서 영어로 밥 벌어 먹고, 주제 넘게 영어 번역서까지 낸 필자에게도 이 킬러 문항은 풀기 어려웠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을 학생들이 왜 이런 문제를 굳이 풀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영어란 영국인의 언어이고 우리에겐 그냥 외국어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된 세상이니 실생활에 딱 필요한 정도로만 알면 되지 왜 목숨 걸고 공부해야 풀 수 있는 그런 수준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혹시 영어 시험문제를 내는 출제 담당관이나 영문학자들의 자기 존재
지난 7월 27일은 70년 전 6·25 정전협정이 맺어진 날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전협정 직전에 있었던 엄청난 사건은 잘 모른다. 바로 전 세계를 뒤흔든 반공포로 석방사건(1953년 6월 18일)이다.반공포로 석방은 당시 3년을 끈 6·25전쟁을 서둘러 끝내려는 미국과 유엔군에 맞서 이승만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벌인 사건이다. 여기에는 북한군과 중공군의 의도를 저지하려는 측면도 있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그해 6월 18~19일 당시 부산, 광주, 논산 등 유엔군 관리하에 있던 전국 8개 지역 포로수용
타이타닉호 침몰은 사건이 일어난 지 111년이나 되었는데도 아직도 세인들의 관심 속에 살아 있는 사건이다. 특히 영국 언론은 타이타닉호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무슨 대단한 일이 일어난 듯 뉴스로 취급한다. 그만큼 영국인들이 타이타닉호 뉴스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 뉴스를 봐도 타이타닉호에 대한 영국인들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지난 6월 18일 벌어진 타이타닉호 잔해 탐사 잠수정의 비극이다. 당시 영국인 5명은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눈으로 직접 보겠다면서 1인당 25만달러(약 3억4000만원)
영국은 어찌 보면 칼로 만들어진 국가이고 칼로 국가를 이어왔다. 글을 읽던 문인들이 국정을 주관하고 통치했던 조선과 중국과는 다르다. 영국만이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무인들이 이끌던 나라였다.그런 영국 역사에서 ‘국가 운명을 구한’ 3명의 최고 명장이 있다. 연대별로 보면 1704년 8월 13일 독일의 블레넘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격파한 말보로 공작 존 처칠(1650~1722), 1805년 10월 21일 지중해 입구 트라팔가 곶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해군을 맞아 대승을 거둔 자작 호레이쇼 넬슨(1758~1805), 1815년
역사에 ‘만약’이라는 전제를 대입시키는 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다. 만일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문 제82호를 채택할 때 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이 참석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안보리 결의문 제82호가 채택되지 않았더라도 과연 한국을 구하러 유엔군이 파견되었을까? 이런 가설은 우리가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유엔군이 파견되었기에 대한민국이 북한에 ‘먹히지’ 않았다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그러나 당시 미국과 영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가 없었더라도 참전
최근 들어 주변 친지들로부터 “왜 푸틴은 아직도 저렇게 인기가 높은지 이해를 못하겠네요?”라는 질문을 부쩍 많이 받는다. 분명 ’아직도’라는 단어 앞에는 ‘러시아가 전쟁에 이기지 못한 채 헤매고 있고 청년들이 전사하고 있는데도’라는 전제가 붙어있을 것이다. 실제 작년 2월에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마치 우크라이나 평원의 진흙탕 안으로 끌려 들어가고만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80%가 넘는 러시아인들이 푸틴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 이상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